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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원으로 오른 캐디피

자연과 함께라면… 파도는 눈이 부실 만큼 하얗게 일렁이고 멀리 보이는 깃대는 연인이 손짓하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긴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만난 A골프장 CEO는 “요즘 골프장과 관련된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걷어가는 세금이 많이 올랐다”면서 “결국 그린피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인근 골프장이 캐디피를 13만 원으로 올렸고, 우리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주 난감하면서도 민감한 질문이었다.

정부의 세금 인상으로 인해 캐디피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그러나 설득력이 없다. 특히 소비자인 골퍼 입장에서 볼 때는 억울한 일이다. 골프장이 캐디피 인상을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돈은 골퍼가 내는데 정작 지급하는 사람의 의견은 빠져 있다. 뭔가 잘못된 시스템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린피가 11만 원인 적이 있었다. 4명이 나눠 내기가 어렵다면서 12만 원으로 올랐다. 이번 13만 원 인상도 비슷한 양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버디 기록이나 라운드 끝나고 수고했다면서 건네는 오버피까지 포함하면 고객의 부담은 적지 않다.

1996년 6만 원이던 캐디피는 2005년 8만 원, 2015년 12만 원으로 오르더니 올해에는 13만 원을 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캐디피가 시장 논리에 따라 오른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이 캐디를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또 일부 골퍼는 셀프플레이를 원한다. 걸으면서 끄는 카트, 타고 다니는 전동카 등의 다양한 노캐디 선택이 없다. 캐디피가 계속 올라간다면 셀프플레이 선택권도 함께 열어줘야 한다. 골프장 측은 고객의 안전과 진행 등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골프카 운영으로 인한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캐디의 보수는 일반 직종에 비해 분명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겸하고 있다. 그리고 비시즌, 또 비와 눈이 오면 쉬어야 하기에 연봉 개념으로 보자면 그리 비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캐디 선택권이 함께 병행돼야 하는 건 분명하다.

전국에 셀프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는 골프장이 약 90곳에 이른다. 골프장에 계속 골퍼가 오기를 원한다면 나머지 골프장들의 용기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다양성은 고객을 향한 진정어린 서비스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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