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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버려진 쓰레기

내 마음은 진달래 향으로 사랑을 찾는 나비들, 진달래 향으로 가득한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골프장에서 즐거운 일이 몇 개 더 생겼다. 맑은 공기 마시면서 좋은 사람들과 담소하고 골프 치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엔 500㎖짜리 빈 생수 페트병을 들고 다닌다. 18홀을 돌면서 담배꽁초와 부러진 티를 줍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카트는 타지 않고 걷는다. 클린골프에 헬스골프가 추가됐다.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다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고, 골퍼의 심리와 골프장의 수준을 알게 된다.

먼저 담배꽁초는 주로 티잉 에어리어 주변과 세컨드샷 지점에 많다. 섬뜩한 것은 불붙은 생담배를 풀 위에 던져 필터 끝까지 타들어 간 담배꽁초다. 지금처럼 잎이 마르고 바람이 부는 시기에 러프로 날아간다면 불이 날 수도 있다.

부러진 티와 멀쩡한 티는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그린 주변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있다.

특히 골프 티를 서비스 개념에서 티잉 그라운드에 많이 꽂아 놓는 곳일수록 버려진 게 많다. 서비스의 과유불급이다. 골프 티를 카트 도로에 버리면 골프카 바퀴 펑크의 원인이 된다. 페어웨이에 버려질 경우 잔디를 깎는 장비의 칼날을 망가트린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대중 골프장보다 회원제 골프장에 쓰레기가 적다는 점이다. 명문 골프장일수록 쓰레기양은 적다. 벙커 정리도 마찬가지다. 회원제와 명문일수록 벙커 정리가 더 잘돼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벙커가 오픈돼 있는 곳은 정리 상태가 양호하지만 잘 안 보이는 곳은 발자국투성이다.

쓰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버려진 것들을 통해서 그 골프장, 이용객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한 마케터는 가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로 소비자의 심리, 취향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성공했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그런 면에서 골프장에 버려진 것을 통해 얼마만큼 그 골프장에 발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버려진 쓰레기, 아주 사소하지만 골퍼와 골프장 모두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대중은 디테일에 감동하고, 감성에 의해 움직인다. 작은 것이 골프장의 평가에 무척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외모나 조건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 나와 똑같은 영혼을 보기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골프장의 외모와 조건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영혼처럼 맑고 깨끗한 골프장에 끌리게 된다. 쓰레기는 골프장의 얼굴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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