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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직선보다 곡선이 많은 이유

 

다산베아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그린 위에서 오늘은 홀이 보이질 않는구나.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차다. 그리고 역에서 먹던 따끈한 우동 한 그릇과 바람의 무게가 더 느껴지는 가을에 마시는 커피다.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는 평행선으로 이어지는 두 줄의 기찻길은 그래서 더 아련하다. 늘 만날 수 없기에 우리를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의 맛은 직선이 아닌 곡선에 있다.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곡선에서 만나는 자연의 풍경은 아름답다. 바다의 해안, 구불구불한 논 사이의 시골길, 작은 산들의 능선을 볼 때마다 더 편안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 삶 역시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굴곡진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골프장 코스도 참 다양한 곡선의 미를 뽐낸다. 만약 직선으로만 이어졌다면 이처럼 재미없는 게임도 없을 것이다.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휘어져 골퍼로부터 상상하게 만들고 이를 하나씩 정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골프가 더 아름답고 평생 놓지 못하는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골퍼가 국내로,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1년을 별러 “봄이 가장 먼저 온다”는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베아채 골프장으로 떠난다. 바꿔 말해 “가을이 가장 늦게 오는 곳일 거야”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남도로 간다. 이곳은 곡선이 가장 많은 곳이다. 6.4㎞의 아름다운 곡선이 있는 골프코스 앞에는 가우도가 있다. 곡선의 출렁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가우도는 우리가 한 번씩은 꿈꿔온 그런 ‘소확행’ 섬이다. 골프장 주변엔 김영랑의 생가와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다산 초당 등이 있다. 대학 시절 문학 기행을 왔던 그곳, 영랑 생가에서 바라보던 저 먼바다에 반짝이던 보석 같은 햇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떠난다는 것은 무엇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찾아가면서 나를 지워버리고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이나 로드무비 ‘아이다호’나 이들의 공통점은 좌절과 희망 그리고 다양한 삶의 부스러기가 담겨 있다. 이 또한 나와 같음과 그 공감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 여행이 그렇다. 떠나면서부터 빠르게, 그리고 쉽게 가고 싶었던 욕망을 내려놓고 조금은 천천히 그러고는 자세하게 내 삶의 지문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비릿한 바다 냄새, 좀 더 무거워진 가을 골프장에서 마시는 커피, 정감 넘치는 사투리로 인사하는 이들과 함께 눈 맞추고 싶어서 떠난다. 가을이 가장 늦게 온다는 이곳 강진에 먼저 가서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는 토머스 풀러의 말처럼 깊어 가는 이 가을에 떠남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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