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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함은 후회로, 끈질김은 성공으로

하늘을 향해 쏘다 골퍼가 야망을 향해 힘찬 스윙을 한다. 그것은 꿈의 의미와 삶의 정의를 만들어낸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치라’는 가을 골프장을 나갔다. 1년에 5월과 10월, 그러니까 2달 정도 코스컨디션이 좋다는 가을 필드에서 마음껏 클럽을 휘둘렀다. 함께 간 지인은 골프시즌이 끝나가려니 스윙도 돌아오고 비거리도 늘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당연하다. 봄부터 시작한 골프이니 가을이 되면 어느 정도 자신과 스윙이 ‘합일’되는 순간이 온다. 또 가을이 되면 공기밀도가 가벼워지고 페어웨이가 마르니 비거리가 더 날 수밖에 없다. 기분을 깨기 싫어 이론적인 설명은 피했다.

지인 한 명이 16번 홀까지 와서 스코어를 보고는 흥분한다. 남은 2홀에서 파만 기록하면 자신의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경신하게 된다며 좋아했다. 우리도 응원했다. 하지만 심리 탓일까. 파 3인 17번 홀에서 티샷이 그린 에지에 떨어졌고 어프로치샷이 그만 미스가 되면서 5m 퍼트마저 놓쳤다. 그러자 동행한 또 다른 지인이 웃어버렸다. 나머지 친구들도 함께 웃었고 캐디마저도 분위기 탓에 함께 웃었다. 그러나 기록을 깨지 못한 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린 에지에서 퍼터로 잔디를 내리찍었다. 순간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이후에 그는 라운드를 하지 않았다. 캐디 역시 자기 잘못이라면서 계속 죄송함을 표현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아 즐거워야 할 가을 골프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국내 남자대회에서도 김비오가 우승을 앞두고 갤러리의 휴대전화 셔터 소리에 화가 나 손가락 욕을 했다. 그러고도 분을 참지 못해 드라이버로 티잉 그라운드를 찍는 불상사가 있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우선인 것은 골퍼의 자세다. 조급함, 그 성급함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정상을 앞두고, 기록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들에 화가 어찌 안 날까. 하지만 그 화가 결국 모두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끝없는 후회 속에서 깨닫게 된다.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잘나갈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 골프에서도 드라이버가 잘 맞은 후 그다음 샷을 항상 조심하라고 한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아무리 붉은 꽃도 십 일을 못 가고 하늘을 나는 권력도 10년을 못 간다는 뜻이다. 등산 역시 산을 오를 때보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 더 부상을 입기 쉽다고 한다.

우리에겐 성급함보다는 인내하고 기다리는 끈질김이 더 필요하다. 침팬지의 악력은 129㎏, 오랑우탄은 193㎏, 고릴라는 326㎏인 반면 우리 인간의 평균 악력은 50㎏이다. 힘으로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 인간에게는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하고는 42.195㎞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동물은 없다. 생각하고 이를 통해 지혜를 모아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고 반성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다음 골프 라운드에서는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존 메이슨이 말한 “성공이라는 못을 박으려면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는 말을 곱씹으면서.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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