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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신고 골프장 가는 사람들

황혼의 골프 거리의 욕심도 스코어에 대한 욕심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자연과 하나 될 때 최고의 기쁨이 온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한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못 놓는 운동이 골프라는 속담과 격언은 수백 년간 회자돼 왔다. 그만큼 골프는 매력적이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중간에 골프를 그만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 운동 자체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룰과 에티켓이 부담”이라는 말 역시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그런 연유로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역 골프 관련 단체와 골프장들은 부정적인 틀을 과감하게 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왕실협회와 미국골프협회는 가능한 한 룰과 에티켓을 단순화해 올 초 발표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골프 인구에 대한 대응이자, 지나치게 엄격하고 형식적인 부분을 손댄 것이다. 많은 골퍼는 환영했다. 엄격함보다는 관대한 마음으로, 까다로움보다는 이해하는 시각으로 함께 라운드하고자 하는 생각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최근 퍼블릭 골프장을 중심으로 골프와 관련된 기본적 프레임마저 깨지고 있는 듯하다. 프레임이란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어떤 것을 말할 때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틀인 셈이다. 요즘 퍼블릭 골프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심각한 모습이 드레스 코드 위반이다. 슬리퍼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가방을 둘러메고 클럽하우스 로비를 누비는 모습을 대다수 골퍼가 과연 환영할까.

골프에서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프레임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 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이런 모습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세 명이 하늘을 쳐다보면 수십 명이 몰려와 하늘을 보게 되는데, 이를 동조 효과라고 한다. 골프장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서로에게 불쾌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조용하던 샤워실에 갑자기 시끄러운 한 팀(4명)이 들어오면 전체가 시끄러워지는 것과 같은, 동조 효과이자 제3의 법칙이다.

 


인도의 우화 작가 필페이는 “가시에 찔리지 않고서는 장미꽃을 모을 수가 없다”고 했다. 엄격함과 까다로움 대신 관대함과 이해심이 어우러지는 행복한 골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 프레임이 존중돼야 한다. 현상이 인간을 지배하지만 인간은 그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좀 불편하더라도 최소한의 틀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를 골프장으로 가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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