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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조크, 라운드의 조미료

태초의 슬픔 태초의 에너지는 순수했다. 모든 것은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 보면 답이 보인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우리에겐 고유의 정서인 ‘정(情)’ ‘따듯함’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상호 간에 주고받던 삶에 대한 해학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삶의 윤활유 같은 해학마저도 범죄의 범주인지 아닌지의 경계 시각으로 봐야 한다. 건설업을 하는 지인 K는 골프 구력이 30년이 됐지만 지금처럼 건조하게 골프를 친 적은 없다고 한다. 골프장에 가면 말조심, 행동 조심, 타구 조심부터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함께 간 동반자끼리 약간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유머와 조크를 즐겼다. 지금은 아예 입 다물고 라운드만 한다는 것이다. 혹시 실수하거나 문제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골퍼가 골프장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다. 현대 사회가 규제하고 강조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싶어서다. 인간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구석기 시대였다. 신석기 시대가 오면서 도구가 생기고,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 더 가지려고 전쟁이 생겨났다.

피곤한 현대의 삶을 위로해주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다. 골프장에 가면 인간의 원시적(구석기시대) DNA가 본능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가끔은 흐트러지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면서 엄격하게 지켜야 할 제도와 규범은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만큼은 선을 넘지 않는 자유로움도 존중돼야 한다. 적당한 유머와 조크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처칠이 요즘 사회에 살았다면 존경받는 정치가였을까. 처칠이 한 파티에 참석해 어느 부인이 열린 바지 지퍼를 알려주자 “괜찮습니다. 부인, 죽은 새는 새장을 열고 나오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하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늦잠 자는 게으른 사람”이란 공격을 받자 “나처럼 예쁜 부인이랑 살면 당신도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지나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유머와 조크가 눈치를 보는 골프장 라운드는 분명 흥미롭지 못할 것이다.

벙커샷을 잘하는 사람에게 ‘벙신’이라고 했다가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참 민망하다. 볼이 벙커 전에 떨어져 ‘맛있는 전’, 그린 앞에 떨어져 ‘맛없는 전’이라고 했다가 반응해 주지 않으면 썰렁하다. 미국의 유머와 조크 생성의 대부분이 골퍼와 골프장에서 나왔다고 한다. 우리도 유연성 있게 받아들이고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유머와 조크가 골프 라운드의 조미료가 되길 바라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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