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디즘과 자유로운 영혼 골프와 함께 길을 떠나고 삶의 방향과 표현을 노래한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 라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골프웨어, 캐디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동반자다. 동반 플레이어가 맘에 들지 않으면 18홀 동안 참 불편하고 코스공략이 안 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골프 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 잘 산 인생이라고 말한다.
며칠 전 함께한 동반자 3명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직업도 다르고, 골프 실력도 각각이었지만 마치 동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놀리고, 농담하면서 힐링이 됐다.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았고 심한 내기도 없었다. 자연에서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면서 함께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 골프장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고, 내기에서도 돈을 따야 직성이 풀리는 부류도 있다. 친구의 잘못과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친구들 간에 감정이 상해 아예 서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시인 구상과 화백 이중섭은 절친이었다. 일화가 있다. 구상 시인이 폐결핵 절단 수술을 받았다. 제일 먼저 올 줄 알았던 이중섭이 오지 않고 다른 지인들이 다녀가자 섭섭하고 화가 났다. 그 다음 날 이중섭 화백이 오자 화가 나서 “왜 이제 오냐”고 소리치자 이중섭 화백은 “‘천도복숭아’ 그림을 그려오느라고 늦었다”고 답했다. 이중섭 화백은 복숭아 살 돈이 없어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를 그림으로 그려온 것이다. 구상 시인은 2004년 5월 11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천도복숭아 그림을 서재에 걸어 놓았다.
미국 영화 ‘디어헌터’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제철소에 다니는 마이클과 닉, 스티븐 등 절친 세 명이 함께 베트남 전쟁터로 떠난다. 스티븐은 반신불수가 돼 돌아오고, 닉은 포로수용소에서 위험한 룰렛 게임에 빠진다. 닉은 마이클에게 “혹시 베트남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구해달라”는 말을 한다. 마이클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베트남으로 간다는 내용이다. 진정한 친구 한 사람만 있다면 인생의 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서만 알려진다”라고 말했다. 필드에서 웃고 떠들고 한 방향을 향해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굿샷’을 말해주는 그런 친구랑 골프를 함께한다는 것만큼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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