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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엔 왜 가는 거죠? 돈들고 스트레스 받는데....???

 

골프장 엔 왜 가는 거죠?

늘 4차원이라고 놀리는 한 지인이 불쑥 화두를 던진다. “왜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죠? 내려올 것을 알면서, 그리고 골프장은 왜들 가죠? 돈 들이고 스트레스받으면서….”

늘 철학처럼 사는 또 다른 지인이 반사적으로 툭 받아친다.

“당신은 몰라. 삶을, 열정을 그리고 비우는 방법을….”

아주 짧은 문답이었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전라도에서 ‘거시기!’ 하나로 다 통하듯이 왜 떠나는지, 왜 가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떠나고자 한다. 살면서 늘 울타리만 세우던 사람들이 틈만 나면 떠나고자 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허리 한번 펼 시간도 없이 뛰어왔기에 너무도 허망한 것들이다. 그래서 떠나려나 보다. 캄캄한 밤 목마름을 축이기 위해 마신 해골바가지 속의 물의 깨달음을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다. 목을 축인 그 시원함의 카타르시스는 진정 떠나지 않았으면 모를 일이다. 이 떠남이 원효대사를 만들었다.

‘아이다호’란 영화가 있다. 미국 젊은이들의 좌절과 희망을 다룬 로드무비다. ‘삼포로 가는 길’이란 소설이 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떠남을 통해서 찾으려는 이상향 그것이 삼포라는 역설로 반증한다. ‘엘도라도, 이어도, 아틀란티스, 샹그릴라, 무릉도원….’ 모두가 다 떠나야 만날 수 있는 이상향이며 깨달음이다.

‘떠난다는 것, 행한다’는 것은 얻으려 함이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함이다. 골프에서 홀인(hole in)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볼이 지나가도록 쳐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그렇다. 힘이 들고 돈까지 써가면서, 다시 돌아올 귀찮은 일이지만 우린 떠나고자 한다.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러 간다.
떠남은 스스로 노력한 자에게 와 열매를 맺고 달콤한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산에 오르고 그래서 죽어라 하고 골프장엘 간다. 무심코 코끝을 할퀴고 지나가는 매운 바람에 겨울 채비를 해야겠다는 자연의 순리도 배운다. 가끔은 이별한 옛 애인의 뒷모습을 가을 골프장 풍경에서 만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간이역 플랫홈에서 검은 외투를 입고 하얀 증기를 뿜어내는 기차를 기다리던 추억도 생각해낸다. 물론 지나가던 시골 다방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도 떠나야 만날 수 있음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래서 떠난다. 그래서 골프장으로 간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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