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깔데기 홀
| 2009년이 밝았다.
동해 푸른 바다가 붉은 햇덩이를 불쑥 쏘아 올려 온 세상 뜨거운 열기 달아오르게 하듯이 올해는 따듯한 일만 있으라.
금강산 깔데기 홀.
누구나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주는 골프장 그린 희망실현 ‘그린 홀’
누구나 가능성이 있기에 넉넉한 미소를 보일 수 있는 깔데기 홀.
파를 하면 섭섭하고 버디를 해도 아쉬운 깔데기 홀.
적어도 홀인원은 해야 환한 미소가 나오는 금강산 푸른 하늘처럼 눈부신 깔데기 홀.
올 기축년은 그렇게 희망이 이뤄졌으면 싶다.
지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금강산.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선 때문에 이데올로기 때문에 갈 수 없는 가깝고도 먼 그곳.
금강산 깔데기 홀.
올핸 자유롭게 왕래하고 싶다.
일찍이 신동엽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이젠 ‘껍데기는 가라’
분단의 아픔은 이제 가라. 파란 잔디와 하얀 볼은 휴전선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으니 이제 모든 껍데기는 가고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 있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중에서
반제국주의도 파쇼도, 이데올로기도 모두 가라. 신동엽이 노래한 그리하여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순수와 순결이 있게 하라.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처럼 이념의 이데올로기가 없는 곳에서 자연을 예술을 문화를 사랑하며 살수있으면 좋겠다.
금강산 ‘깔데기 홀’은 그런 염원이 서려 있다. 홀컵을 바라보는 중년 골퍼와 아쉬움으로 점철된 골퍼, 순수하게 손 흔들고 있는 모습에서 우린 환희와 눈물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림은 메시지다, 시도 메시지다. 그리고 노래도 메시지다. 강열한 염원이 담겨진 메시지다.
오늘 나의 동생은 교정에서/스스로의 자유를 찾아/예쁜 사과탄의 감격에 보답코져/선사하는 보도블록 조각들 <중략>자유를 위해 정의를 위해 던져진/ 돌덩이들/ 자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뛰어든/ 나의 동생의 목소리는/사전적 자유에 젖어/마음대로 부수고/ 뒷줄에 애들을 낄낄 거린다.
- 이종현의 시 ‘자유가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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