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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철학이 담긴 클럽하우스

도취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좋아하는 일에 도취돼 본 적이 있는가.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달포 전 메일 하나가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제주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안에는 낯익은 건축물들이 드로잉돼 있었다. ‘이타미 준의 바다’였다.

궁금했다. 예술영화는 늘 혼자 보는 습관이 있었지만 골프 관련 전문가들과 단체로 관람했다. 첫 영상부터 충격 그 자체다. 바람과 비와 빛이 살아 움직인다. 빛의 각도에 따라 건물 안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형성되고 건물 밖에서는 늘 그 자리에 있던 억새풀이 쉼 없이 흔들리고 있다. 골프를 하면서 그의 건축물을 수없이 대해왔다. 좀 특별한 건축물이라는 느낌 정도였다. 영상 속에서 밝혀지는 그의 건축에 대한 자세에 전율이 흘렀다. 집을 지을 때 그는 소재 본연의 힘과 야성미, 따듯함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11년간 이타미 준의 집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핀크스골프장은 행운이다. 이타미 준이 집에 대한 물성과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고 지원해준 핀크스골프장 김홍주 회장을 만난 것 역시 행운이다. 핀크스 클럽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 박물관, 두손 박물관, 비오토피아 주택단지, 방주교회로 이어지는 건축물은 후대에 전해 줄 이 시대의 정서와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서원힐스 클럽하우스, 아일랜드 방주교회 등등의 건축물을 통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이 진정 머물 공간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함께 영화를 본 골프 관련 코스 설계자와 CEO, 홍보 기획 마케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를 통해 골프를 보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동안 골프장은 더 많은 수익 창출과 명문 코스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만 달려왔다. 그 안에는 따듯한 온기와 자연에 대한 순수, 애정이 녹아 있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 자연에 대한 본연의 물성과 따듯함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포도 넝쿨과 함께 제주 오름,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제주 초가를 통해 만들어진 포도호텔엔 우리 인간이 꿈꾸는 행복과 따듯함이 잘 녹아들어 있다. 집은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부동산의 가치로만 무계획적으로 난립한다. 골프장이 진정한 골퍼의 휴식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자연이 아니라 비싸게 덧칠된 외형적 평가와 보여주기 식으로 퇴락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타미 준의 바다를 통해 집과, 골프를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그는 자연 그대로를 품어 그 안에 돌과 바람, 햇볕 그리고 적당한 어둠까지도 담아 함께 살고자 했던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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