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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이 끝난 뒤…

고통의 무게 삶의 고통은 저마다의 욕망에 비례한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그동안 참 많은 사람과 골프를 함께하며 18홀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8홀이 끝난 뒤, 동반자들의 홀아웃 이후 생각은 참 각양각색이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음에 감사하는 감성적 골퍼, 자신의 스코어에 불만족스러워하며 곧바로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가는 지극히 이성적인 골퍼 등등.

참 많은 골퍼의 유형을 봐왔다. 골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포인트가 있고, 어느 경우엔 지극히 감성적 정서가 요구되는 때가 있다. 골프는 그만큼 다양성을 요구하고 또 다양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적시적소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골프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늘 다니는 코스니까 항상 같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잔디 결을 어제와 달리 반대로 깎는다면 볼의 스피드와 퍼트라인이 바뀐다. 그런데 가끔 보면 “어제는 잘 굴렀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 하는 골퍼를 볼 때가 있다.

그날의 잔디 컨디션과 잔디 결 등의 환경적 요소는 무시하고 어제처럼 라운드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얼마 전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 감독은 불쑥 “골프와 관련된 선수 관리 매뉴얼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농구 감독이 갑자기 골프 선수 관련 매뉴얼을 이야기하니 생뚱맞았다. 유 감독은 “우리나라 골프 선수들의 힘은 바로 잘 짜인 골프 매뉴얼과 언어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국내외서 기초를 잘 닦고 영어 등 외국어를 조기에 배운 결과라고 개인의 의견을 말했다. 덧붙여 요즘 한국의 젊은 프로골프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영어 인터뷰 등을 보면서 농구에도 접맥시켜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한 구절이 생각난다. “최고가 되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하라.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맞는 말이다. 전자랜드에서 9년간 감독 생활을 해오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승이라는 팀의 목표를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보려는 노력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었다. 농구에 국한되지 않고 타 스포츠의 장점을 가져오려는 창의적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헬렌 켈러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우리 혹은 타인의 삶에 어떤 기적이 나타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 단념이 아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할 때 모든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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