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의 오감 마음을 비워 오감으로 느낄 때 진정한 골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오르가슴을 느끼듯 자신만이 알 수 있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사람들은 떠나고자 한다. 산과 바다로, 멀리 해외로 떠난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굳이 떠난다. 고생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인간은 떠나려 하는 것일까. 본능이다. 수천 년 전부터 물과 비옥한 땅을 찾아 떠났다. 지금은 정착해 늘 한곳에 머무른다. 더 좋은 것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더 많은 생산성을 요구받고 산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살면서 늘 울타리만 세웠다.
삶의 허무가 밀려오고 흘러간 세월에 보상을 주고 싶어 한다. 아직 몸속엔 떠나고자 하는 DNA가 살아있어 설렘은 필수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호모루덴스(Homo Ludens·노는 인간), 즉 ‘놀이’가 있어 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내 삶에 진정한 쉼표를 주고 싶어 떠난다. 다시 돌아와 일상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쉬는 것만큼 달콤함은 없다. 일상에 지친 영혼을 쉬게 해주는 것만큼 더 좋은 명약은 없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그의 스승이던 데이비드 레드베터 사이에 설전이 있었다. 유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리디아 고가 연속으로 컷 탈락했다. 특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선 144명 중 공동 140위였다. 그래서인지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에게 쉬라고 했다. 덧붙여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LPGA투어 통산 15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한때 천재 소녀골퍼로 불렸다. 오비이락인지 몰라도 레드베터와 헤어지면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레드베터의 악의적인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리디아 고에게는 쉼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는 이제 만 22세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았고 그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비움을 통해서 채움의 기쁨을 맛보길 바란다. 단 몇 개 대회만이라도 불참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23세의 나이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블루 오션 전략이란 레드 오션처럼 치열하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말한다.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 눈이 멀게 된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싸우지 말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것은 곧 어디엔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열심과 열심 사이에 필요한 것은 바로 쉼표다. 까짓것 며칠간 실종되면 어떻겠나. 미국에서는 21세가 되면 실종될 권리를 법으로도 인정하고 있는데.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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