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통 모든 것은 돌고 돌아 회통한다. 내가 한 작은 행동 하나도 언젠간 다시 돌아오니 신중해야 한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골퍼라면 “조만간 골프 한번 같이 칩시다”라는 말을 한두 번씩은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헤어지면서 “Let’s play a round of golf soon”이라는 말을 곧잘 한단다.
듣기에 따라 정겨운 말일 수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 가벼운 인사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이와 유사하게 “기침하셨어요?” “밤새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말을 자주 썼다. 요식적인 인사이기도 했지만 걱정이 내포돼 있기도 했다.
우리 선조들은 보릿고개와 같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자랐다. 아니, 우리 부모세대도 그랬다. 하루 끼니를 때우는 것만큼 행복한 조건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사말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만큼 풍요로워졌다.
행복이라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늘 같지 않다는 점을 인사말에서 알 수 있다. 1970∼1980년대 집으로 가는 길옆 골프연습장은 외계 정거장 같았다. ‘외계인들’이 이상한 젓가락을 들고 교신하듯이 탁탁거렸으니…. 그리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랬던 사람이 지금 골프를 친다.
지나서 보니 외계인도, 외계인 젓가락 도구도, 교신하는 것도 아니었다. 넓은 자연 공간에서 외계인과의 교신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고마운 매개체다. 골프가 교감 공간을 제공했고 행복의 가치도 일깨웠다.
하지만 가끔 그 행복함 속에서 불행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욕망 때문이다. 더 잘 치는 것, 더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에 갇혀 이내 화를 내고 만다. 제임스 오펜하임은 “어리석은 사람은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발 가까이서 행복을 키워간다”고 말했다.
스스로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각 하나 차이가 행복과 불행을 갈라놓는다. 몇 날 몇 끼를 못 때우고 잠든 그날 밤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기침 소리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이젠 풍요로워져 “조만간 골프 한번 칩시다”라고 인사한다. 이 행복감을 안다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생각과 행동은 하면 안 된다. 헤어질 때 영혼 없이 “오늘 즐거웠어요”로 끝나는 말보다 “다시 한번 꼭 골프 쳐요”라는 여운 깃든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Interview ㅣ 관련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프장의 네잎클로버 (0) | 2019.08.27 |
---|---|
골프도 ‘쉼표’가 필요… 비움으로 채움의 기쁨을 (0) | 2019.08.27 |
골프장 70%가 외래어 이름 (0) | 2019.08.27 |
가수 이세준이 보여준 ‘약속에 대한 예의’ (0) | 2019.06.18 |
골프, ‘五感’을 통해 상상하라 (0) | 201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