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심을 잡아라 골프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이 되어야만 좋은 샷과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지방의 한 골프장을 다녀온 지인이 전화했다. 들뜬 목소리로 “A 골프장을 갔는데 어릴 적 먹었던, 그 후로 꼭 먹고 싶었던 수수부꾸미를 맛보았다”고 자랑했다. 뭐 그것이 그렇게 좋을까 싶었다. 어릴 적, 지인 K는 식구가 많았고 수수부꾸미를 엄마가 몰래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밖에서 정신이 팔려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 K에게 형이 마지막 남은 부꾸미를 양보했단다. 그렇게 서러울 수 없어 밤새 울었고, 이후 부꾸미는 그에게 추억이자 늘 먹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골프장에서 수수부꾸미를 보니 눈물이 나도록 좋았단다.
‘뉴트로(Newtro)’ 시대가 도래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을 뜻하는데 특히 젊은 층에서 열광적이란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세대, 과거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세대의 합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20대 연령층의 아이돌은 1970, 1980년대 복고 노래를 듣고 새로운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인터넷을 통해 초록색 멜라닌 접시가 20대에게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1980년대 떡볶이를 담아주던 접시다. 모 소주회사는 40년 전 모습의 뉴트로 술을 내놨고 과자, 패션과 추억의 먹거리들이 새롭게 재창조돼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이토록 뉴트로에 열광적일까. 아마도 동조현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혼자의 기억 속에 있던 추억을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SNS가 만들어 낸 새로움일 것이다.
세상은 지금 무섭게 변하고 있지만 딱 한 곳은 예외다. 골프장 식음료만큼은 변화하지 않았다. 많은 골퍼의 이구동성, “이 골프장은 진짜 먹을 게 없다. 늘 똑같은 메뉴가 지겹다.”
K는 수수부꾸미에 감동 받고 눈물을 흘렸다. 뉴트로 시대를 인지한다면 골프장도 최소 멜라닌 접시에 큼직큼직한 옛날 떡볶이를 만들어 팔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누런 봉투에 가득 담긴 ‘센베이’ 과자나 호빵 등의 감성이 담긴 메뉴를 현대화시키려는 노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이 메뉴를 평생 가져가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중은 디테일에 감동하고 감성에 의해 움직인다. 충북 충주에 위치한 동촌 골프장은 장터국밥과 옛날치킨, 해물전을 시장 천막에서 파는 것처럼 인테리어해 판매했다. 가마솥을 걸어놓고 민요까지 틀자 매출이 2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한다.
손님이 안 사 먹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지 않아서다. 서비스는 가장 빠른 곳이 골프장이지만 식음료는 가장 느리다. 뉴트로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일기를 기대해 본다. 관심을 갖는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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