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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몰려오는 ‘스트리밍 세대’

세월 앞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이 울고 있고, 나도 울고 있다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골프장에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년과 달리 12월 초까지 대부분 골프가 풀부킹이다. 보통 11월 하순으로 가면서 예약이, 12월엔 내장객 발길이 뜸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날씨가 따듯하고 일본 골프장을 못 가는 영향으로 국내 골프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단순히 날씨와 사회·정치적 요소가 지금 국내 골프장으로 젊은 골퍼와 일반 골퍼를 유입시키고 있을까. 아니라는 말부터 하고 싶다. 앞으로는 12월까지 골퍼들이 몰려올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유의 세대가 아닌 접속, 즉 스트리밍 세대가 골프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공녀’라는 영화가 있다.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 신분 상승이 어려운 현세에서 주인공은 소유한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을 강조한다. 멋진 유럽 여행은 아니지만 지금 여행하고 있으며, 집과 차는 없지만 빚 없이 사는 것을 추구한다. 기성세대 시각으로 보면 답답하고 목표가 없다. 우리는 적어도 그 나이에 목적의식 없이 살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매직아이, 즉 착시현상이다. 세상은 바뀌었다. 매일 국경을 넘나들며 밀수하는 오토바이 뒤에 큰 가방을 달고 다니면 경비대원은 가방 속의 물건에만 몰두한다.

골프장에 12월까지 예약이 꽉 차고 주중에 여성과 20∼30대 골퍼가 절반에 가까운 이유를 소유가 아닌 접속, 스트리밍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의 20∼30대는 집을 추구하지 않는다. 내가 벌어서 종족을 유지하는 데 돈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투자하고 행복권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가 ‘스몰 럭셔리족’이다. 집을 구하기보다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부리겠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골프다. 골프장엔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패션이 있고, 나를 알릴 수 있는 골프 클럽과 스코어가 있다. 5시간 동안 관계가 형성되는 젊은 사람끼리,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면 수많은 사람이 “좋아요”로 화답해준다. 일상적인 카페나 야외 장소는 이제 식상하다. 골프장엔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패션이 있고 음식이 있고 다이내믹한 스포츠가 있다. 영상을 저장해 올리고 이를 확인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소설가 아나이스 닌은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상황에 따라 달리 본다”고 말했다. 골프장도 단순히 보이는 현상학적인 것에서 흐름을 파악하지 말고 접속, 즉 스트리밍 세대에서 찾아야 한다.

젊은 층의 욕구와 심리, 그리고 추구하는 것을 잘 파악해야 골프장의 미래 10년이 보장될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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