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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식당, 맛·정성은 없고 비싼 이유

 

미련 지나온 홀에 대한 미련이 몰려온다, 물에 비친 풍경 속에 그리움을 던져버리고 왔더니….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장 식당의 밥엔 왜 낭만과 추억이 없을까?

유독 음식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과 SNS가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버릇처럼 우린 “안녕하세요?” 다음에 “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한다. ‘보릿고개’ ‘춘궁기’는 기성세대들의 아픔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가면 자장면과 짬뽕이 우리의 1960∼1970년대식 곱빼기처럼 나온다. 배고플 때 고국을 떠났던 분들이 추억을 생각하면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재미 교포 A 씨는 한국 골프장에 올 때마다 놀란다. 다양해진 음식메뉴와 정성이 담기지 않은 국적불문의 비싼 음식 가격 때문이다.

얼마 전 내장산국립공원에 있는 골프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음식 가격이 너무너무 착했다. 국내산 재료에 지역의 가장 좋은 한우를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한우사골곰탕이 1만 원, 자장면은 8000원이다. 특히 한우사골곰탕은 지역의 한우를 직접 공수, 밤새 100% 사골을 우려내 가장 인기가 많단다. 이 정도면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2만 원 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 오너는 “음식 가지고 절대로 장난하지 않고, 인심을 잃지 않겠다”는 철학을 내세웠다. 그의 밥 인심은 이곳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밥은 백성이다. 예부터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고, 군주는 백성으로 하늘을 삼는다고 했다.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란 말은 ‘만사를 안다는 것은 밥 한 그릇을 먹는 이치를 아는 데 있다’는 뜻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쌀을 기른 농부, 정성껏 밥을 짓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 먹는 밥에는 감사하는 마음은 모두 사라진 채, 인간의 탐욕만이 있을 뿐이다. 중국에 ‘사람은 쇠요, 밥은 강철(人是鐵, 飯是鋼)’이라는 속담이 있다. 곳간이 차면 감옥은 텅 비고, 곳간이 비면 감옥이 꽉 찬다는 말도 있다.

 


골프장 음식이 비싼 이유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밥 인심과 덤을 실천하는 골프장이 있다. 1만 원 사골곰탕의 맛은 정말 어릴 적 시장에서 맛보았던, 투박한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오는 추억이다. 착한 가격과 함께 집밥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웃사촌과 함께 어우러져 먹는 진정한 낭만이 있다. 밥 한 그릇의 감동과 힘으로 용기를 얻어 성공한 인물도 참 많다.

오스카 와일드는 “어떤 이들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행복을 만들어내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떠날 때마다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만큼 중요한 게 바로 밥이다. 밥맛이 없을 때, 정성이 없을 때, 더군다나 비싸기까지 할 때 그 골프장에 대한 추억과 낭만은 사라질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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