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자연 그리고 인생철학

▲ 천년애 내일이 불안한 우리들은 천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 욕심을 내려놓고 하루를 사랑하면 어떨까.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골퍼들에게 “왜 골프를 하죠?”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골프를 왜 하는가보다는 “가본 곳 중에 어느 골프장이 좋으냐” 또는 “어느 나라 골프장에 다녀왔느냐”가 더 많다. 시대가 바뀌고 가치가 달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왜 골프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인생과 닮아서…”라고 답했다. 후자의 질문에는 가 본 골프장과 나라가 다양하기에 여러 답변이 나왔다.

요즘 젊은 골퍼들에겐 기성세대의 내면 골프보다는 외면 골프가 더 매력적이다. 자신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브랜드의 클럽을 쓰고 또 어떤 사람들과 다니느냐가 더 중요하다. SNS에 자신의 골프 스코어와 골프 패션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을 노출시킨다. 반면에 기성세대의 골프는 품격과 도전정신을 더 높이 산다.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고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대적 변화에도 골프를 즐기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흔히 우리는 골프의 본질을 기술, 체력, 멘털로 구분한다. 굳이 하나 더 추가한다면 ‘자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자연조건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바로 골프정신이자 본질일 수도 있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도 골퍼에겐 작은 디벗 하나, 왜소한 나무뿌리 하나가 발목을 잡고 20㎝도 안 되는 도랑에 빠지면 쉽게 나갈 수 없다. 가끔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거나 뒤땅을 내고 몇 번의 시도 끝에 탈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가끔은 기적적으로 잘 빠져나와 환호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 “골프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알게 만든다”다.

최근 젊은 골퍼들 사이에서도 골프를 인생에 ‘육화’시켜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희망수명이 100세 이상인 시대지만 아주 작은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골프와 참 많이 닮았다. 자연만큼 소중하고 삶에 철학적 의미를 담아주는 운동이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골프는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자연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에 순응할 수 있고 때로는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젊은 골퍼들에겐 골프와 자연, 골프와 인생철학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단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골프는 바로 나 자신이다. 골프가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수많은 노력이 바로 골프에서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와 생각을 우즈의 말을 통해 곱씹어볼 때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