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고 해서 겨울만은 아니었습니다. 비와 바람이 강하다고 해서 추운 겨울만은 아니었습니다. 눈 내리고 비바람 강했어도 어느 사이에 따듯한 봄 햇살이 어깨를 톡톡 건드립니다. 겨우내 계곡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단단하게 얼어있었습니다. 언제까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계곡 얼음도 조금씩 풀려 “졸졸졸, 콸콸콸” 봄소리를 내며 대지를 깨웁니다.
정말 봄인가 봅니다. 연둣빛 어린 새싹 그 소리에 놀라 금방 얼굴 내밀더니 봄비 뒤에 키가 훌쩍 자랐습니다. 들도 산도, 골프장 잔디밭도 잠에서 깨어납니다. 벼이삭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골프장 잔디는 골퍼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골퍼의 싱그러운 웃음소리를 듣고 더욱 파랗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바람은 겨울이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나목(裸木)은 겨울 풍경이 아닙니다. 가지에 새순 돋고 새들이 날아듭니다. 어느새 숲속 봄 새들이 촉촉한 물기로 울어댑니다. 이번 봄은 봄의 전령들 때문에 조금은 소란하고 분주할 것 같습니다. 오늘밤 자고 일어나면 산천은 어느새 만화방창,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하겠지요.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껴봅니다.
이 봄이, 이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 손을 내밀어 느껴봅니다. 이로 인해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봄이 있어 희망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화려한 봄날의 외출을 꿈꿉니다. 자연박물관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도 참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직접 내린 커피와 보이차도 몇 잔 준비해 봅니다. 여린 쑥으로 만든 쑥떡도 조금 준비해봅니다. 그리고 겨우내 숙성된 매실원액도 보온병에 담아 권해 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리운 사람들과 필드를 걸으면서 건네는 이 차 한잔의 여유, 나눔의 여유를 나무라지만 마세요. 골프장 필드 내에 음식물 반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골퍼들도 지켜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작은 정성의 나눔의 미학을 살짝 애교로 봐 줘도 괜찮을 겁니다. 아니 이 봄이 더 행복해 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골프장에서의 봄볕 라운드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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