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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 세대’를 위해

 

가을소나타 2019 가을이여, 그대는 무엇이 바빠서 그렇게 가버리나. 그대의 흔적은 바람에, 빗물에, 내 마음에 남아 연주하고 있구나.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올해 유난히 젊은 골퍼들이 골프장으로 많이 오고 있습니다. 기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젊은 골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심지어 복잡한 룰까지 개정했지만 시원찮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만 2030세대의 골프 입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크린골프 세대’와 ‘스트리밍골프 세대’의 영향 때문입니다. 이들 2030세대는 상의하달식의 회식문화보다는 스크린골프 등 문화 모임을 즐깁니다. 또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다운받아 보고 공유하는 세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옷과 음식, 그리고 멋진 풍경을 담아 SNS에 올립니다. 요즘 대세가 골스타그램이라고 합니다. 골프와 인스타그램을 합친 합성어입니다. 2030세대는 멋진 옷을 입고 멋진 풍경이 살아 숨 쉬는 골프장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립니다.

그런데 기성세대 골퍼들은 젊은 골퍼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골프장이 놀이터냐”며 한마디씩 건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들에겐 놀이터가 맞습니다. 기성 골퍼들도 처음엔 골프장에서 또 그 이전의 기성세대로부터 기본이 안 됐다는 지적을 받았을 것입니다. “버릇이 없다” “예의가 없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그 세대를 이해하는 게 바람직스럽습니다. 스크린골프만 하다가 필드에 나온 골퍼 중 “공을 올리는 자동 티가 언제 올라오느냐” “나 OB 난 거 멀리건 쓰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투 그린에서 옆 그린에 떨어진 공을 그대로 어프로치 하는 해프닝도 연출됩니다. 이를 놓고 기성 골퍼들은 젊은 골퍼들 때문에 골프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걷는 사람 없듯이 기성 골퍼가 되기까지 누구나 겪는 과정입니다. 지적하기 전, 알아들을 때까지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종의 성장통 같은 것입니다. 반면 기성인들은 젊은 세대에게 ‘꼰대’라고 무시당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너희들은 늙어봤냐. 우린 젊어 봤다”며 반박합니다. 같은 선상에서 보면 역시나 역지사지입니다. 포용하고 이해해야 상호 관계가 형성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야 비로소 그 사람의 실수도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지금 스크린·스트리밍골프 세대가 필드로 몰려오는 것에 박수 치고, 이들이 완성된 골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핀’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이들이 필드로 몰려오는 것만큼 반갑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용기를 기억하되 실수는 기억하지 말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좋은 점을 기억하되 나쁜 점은 기억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가 바로 골프입니다. 함께 어울려서 필드를 걷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이 세상에 더는 없을 듯합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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