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바쁘게 달려 온 2011년은 모두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지난 일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당장 달려가고 싶음이다.
아니 애가 타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이다.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는 마음이다.
길을 가다가 문득 그리워진다.
휙 스쳐가는 바람 한 점에서 그리운 냄새를 맡는다.
눈 내리는 거리에서 들려오는 추억의 팝송 멜로디가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그리움을 앓게 만든다.
상처투성이의 그리움일수록, 못 채워진 그리움일수록 그 간절함은 더하다.
그리움이란 말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없다.
영어로도 없다.
기껏해야 롱잉(longing)이다.
갈망 정도의 느낌은 그리움이 아니다.
그리움 속엔 사랑도 있고 후회도 있고 세월도 있다.
눈 녹고 파란 새싹 돋아 꽃 피는 골프장을 찾았던 기억도 이제 그리움이다.
싱그러운 신록의 숲 사이에서 하얗게 웃으며 파란 잔디를 밟던 기억도 이젠 그리움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 늦가을 골프장도,
첫눈 맞으면서 그늘집에 들러 마시던 커피 한잔도 아련한 그리움이다.
다시 올 수 없기에 그리움이다.
되돌릴 수 없기에 더 진한 그리움이다.
나이든 사람일수록 그리움 앓이의 강도가 더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움은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2012년 임진년엔 또 어떤 그리움이 서성거릴지,
또 어떤 그리움에 걸려 아파할지, 추억할지, 그리워할지….
이슥해 오는 깊은 밤, 대문의 빗장을 친다.
이제 그리움도 닫아야 하는 시간이다.
내일이면 또 누군가가, 무언가가 그리워질 것이다.
그리움은 닫아도 신기하게도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림=김영화 화백
글=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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