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골퍼라면 누구나 ‘올해는 제대로 골프 잘 쳐 보겠다’는 꿈을 꾼다.
기회가 되면 베스트 스코어, 홀인원, 이글 등 다양한 기록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흔히 골프 잘 치는 골퍼를 ‘독종’이라 부른다.
독해야 골프를 잘할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절대 아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10년간 활동한 전 골프 국가대표 출신 이종임 프로는
“일본서 우승하려면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술회한다.
독함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것 같았는데
그 독함을 이기는 것이 바로 착함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일본무대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지연, 안선주, 김경태, 배상문의 공통점은 모두 착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악의적인 평’을 받지 않으며 ‘스캔들’도 없다.
잘 웃고, 인사 잘하고 긍정적이며 선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꼭 손해 볼 것 같은 착함의 소유자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승을 가장 많이 한 선수들이다.
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성공한 A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애써 사람의 시선을 피하고,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등 불편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골퍼들은 그의 오만함에 칭찬보다는 비난을 쏟아낸다.
A씨 역시 얼마나 맘이 불편할까?
영국의 전설적인 골퍼 헤리 바든은 “바람은 훌륭한 교사”라고 했다.
바람은 태풍이 돼 사람을 죽이고, 인간의 모든 것을 앗아 가기도 한다.
그러나 부드러운 바람은 노력하는 사람의 이마에 땀을 식혀주기도 하고
꽃가루를 날려 보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도 해준다.
어떤 바람을 맞느냐에 따라 고통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한다.
강한 바람보다는 부드러운 바람이, 독함 보다는 착함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는 지나친 욕심 부리지 말자.
올해는 너무 독하게 골프 치지 말자.
웃으면서 손 내미는 착한 골프를 하자.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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