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 언덕과 언덕을 넘고 넘어 아름다운 바위와 그곳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은 나비뿐만이 아니다. 너와 나 함께하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
“요즘 정말 민망해서 가족과 함께 골프 경기를 관람할 수가 없을 정도네요.”
40대 중반인 A 씨가 선수 지망생인 딸과 함께 얼마 전 국내 여자골프대회를 시청하다가 딸로부터 기습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딸이 지나치게 밀착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선수들을 보면서 자기도 프로가 되면 저렇게 입어야 하느냐고 물어 참 난감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여자선수들이 몸에 밀착되고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게 일반화됐다. 의류의 기능성이 좋아져 경기력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드러내고 노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라는 노파심도 생긴다. TV 중계에서 화제가 되는 선수들을 클로즈업해 민망했다는 시청자가 많다. 한 포털사이트는 섹시 골퍼로 화제가 된 몇몇 선수 화보로 꽉 채워져 놀랐던 적도 있다. 경기와 상관없는 ‘포즈’ 위주의 자극적인 사진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골프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드레스코드가 지나친 수준이란 지적이다. 2013년 국내 여자선수들의 지나친 밀착패션, 짧은 치마에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일었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어깨와 등 부분이 깊게 파이면 안 되고, 목 주위에는 칼라가 있어야 하며, 레깅스는 치마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치마나 쇼트 팬츠 길이도 규제하고, 상체를 굽혔을 때 엉덩이가 보이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실 미국의 복장 규제는 한국의 1970∼1980년대 학교 정서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드레스코드 규정을 만든 것을 보면 좀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같이 실력보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지는 첫 번째 요인은 스폰서다. 의류 기업은 섹시미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지양해야 한다. 현지에서 선수들의 화보를 담당하는 미디어 역시 ‘얼짱’ ‘몸짱’ ‘섹시’ 등 자극적인 단어로 조회 수 올리기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옛날부터 옷은 그 사람의 품행을 평가하는 척도였다. 전쟁할 때나 스포츠를 할 때 옷 색깔과 디자인을 통일해 소통했다. 옷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생명이 달린 수단이자 표현방식이다. 또한 옷은 묵언의 소통 창구며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된다. 더 이상 선수들을 외모지상주의로 내몰지 않기를 바란다. 옷은 편해야 하며 입은 옷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감으로 이어져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단정한 드레스코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며 예의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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