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 큰 재난은 예고 없이 다가오지 않는다. 작은 울림이 있을 때 자각하고 소중히 지켜줘야 한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골퍼라면 한 번씩은 꼭 경험하는 순간이 있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가 생각대로 맞지 않았을 때 항상 나서기 좋아하는 동반 플레이어의 ‘레슨 질’이다. 물론 원 포인트 레슨을 원하는 골퍼에게는 괜찮다. 하지만 원 포인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골퍼도 많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의 레슨이 정답인 양 강요하고 즉시 스윙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더더군다나 “지금 당신이 한 스윙은 틀렸다. 잘못됐다”는 부정적인 말까지 잊지 않는다. 18홀 동안 계속해서 “틀렸다. 잘못됐다. 그렇게 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즐기러 나왔다가 숙제만 잔뜩 안고 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버나드 다윈의 말처럼 세상에 똑같은 스윙이 어디에 있을까. 사람마다 키와 몸무게, 팔, 다리, 어깨, 눈 등 신체 부위는 길이와 생김새가 다 다르다. 다름을 무시한 채 마치 자신이 말하는 스윙이 정석인 양 강요하는 것만큼 골프에서 우를 범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우린 골프스윙의 정석으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을 꼽는다. 심지어는 두 사람 스윙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과연 누가 정답을 말할 수 있을까. 누구 스윙이 더 좋고 누구 스윙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윙은 정석이 아니라 맞춤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우즈와 미켈슨의 스윙을 정리해 보자. 우즈는 타고난 탄력을 이용해 파워풀한 스윙을 연출한다. 미켈슨의 스윙은 간결하고, 심플하다. 우즈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스윙이 각기 다른 대표적인 예다. 반면 미켈슨은 거의 똑같은 스윙을 한다. 스윙 톱에서 처음의 상태를 유지한 채로 내려와 손이 몸에 가장 가깝게 지나감으로써 불필요한 여분의 동작을 없애 정확도를 높인다. 우즈는 수없이 반복하면서 스윙을 다듬고, 미켈슨은 최소한의 연습을 통해 이상적 스윙을 확보한다. 우리말 중에서 가장 혼돈해서 쓰는 말이 ‘틀리다’와 ‘다르다’다. 골프 스윙에 있어서도 다름을 틀린 것으로 잘못 사용하는 건 아닐까. A의 스윙을 지적하면서 “그건 틀린 것이야”라고 말한다. 그 다름 속에서 나만의 스윙을 찾아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고 지적한다. 샘 시드니는 “일반 골퍼들이 외부(레슨, 교재, 스윙) 도움을 받게 되면, 자신의 감각에 의존하는 걸 모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스윙에 수학처럼 정답이 있다면 하나의 레슨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세월에 따라 스윙의 원리는 다양한 이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스윙이 형편없어도 골프를 치는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그의 열정과 집중이 틀렸다고 하면 과연 골프 실력이 늘겠는가. 시드니 말처럼 외부의 도움은 받되 자신의 감각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우즈와 미켈슨의 스윙을 우열로 가를 수는 없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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