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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뒤 받은 선물 보자기엔 솔향 가득한 송편이…




한가위를 앞두고 지인께서 골프만남을 청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높아진 하늘과 다양한 구름 문양이 방증해 주고 있었다. 우린 라운드를 끝내고 지인으로부터 보자기 하나씩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풀어보니 솔향 가득한 송편과 작은 편지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추석, 송편엔 솔향이 사라졌습니다. 요즘엔 기름 잔뜩 묻은 허엽스레한 송편뿐이더군요. 제가 손수 따온 솔을 구해 아내와 직접 만든 옛 향기 머금은 송편입니다. 맛보다 추억으로 받아주세요.”

그 어떤 고가의 귀한 선물보다도 가슴에 와 앉았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추석은 서울역과 강남고속터미널로 시작됐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정종 한 병 들고 고향으로 가면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논둑길을 버선발로 뛰어오시는 어머니의 거친 손도, 까까머리 코흘리개 조카의 시커먼 얼굴도 그날만큼은 행복이었다.

참 많은 것을 잊고 살아왔다. 늘 편한 것만 추구해 왔다. 아니 지나치게 물질에만 집착하고 살아왔다. 송편에 솔향이 나는지, 요즘 송편에 기름이 잔뜩 묻어 있는지에 대해서 참 많이 잊고 살아왔다.

서양 속담에 ‘시계는 살 수 있어도(It can buy a Clock) 그러나 시간은 살 수 없다(But not Time)’는 속담이 생각난다. 그런가 하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세계 갑부들의 행복지수(1~7등급)를 조사, 발표했는데, 그린란드 동토(凍土)에 사는 이누이트족과 케냐의 사막 유목민족인 마사이족과 똑같은 5.8로 나타났다.

솔향 가득한 송편 하나가 올 추석 진정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왜 지인께서 가을 필드로 우릴 초대해 송편을 선물했는지 알 것 같다.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초가을 길목에서 진정한 행복을 만끽해 본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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