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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보다 중요한 원칙

순리 인생이 그렇듯 골프도 순리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을 만났다. 30년 넘게 골프장 전문경영의 길을 걸은 C 대표다. 얼추 헤아려도 ‘재회’까지 5년은 넘은 듯하다. 간단한 문자는 주고받았지만 직접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4시간 가까이 이야기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누구에게나 우상은 있다. 그 우상엔 닮고 싶은 것, 존경하고 싶은 것이 내포돼 있다.

그는 내가 한 직장에서 30년간 우직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직한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 변화 없이 살았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아니라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쓰라며 고급 펜을 건넸다. 근무한 지 20년 됐을 때도 카라얀 만년필을 전했던 분이다. 그때 그는 분골쇄신의 의미를 강조했다. 글을 쓰되 정확하고 강하며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격려했던 분이다.

그는 배려보다 원칙이 더 중요하다면서 과거 일화를 전했다. 그가 25년 전 A 골프장 CEO 시절이었다. 골프장을 자주 찾던 한 기업의 회장이 엄청난 금일봉을 직원을 통해 보내왔단다. 그가 이를 거절하고 돌려보내자 그 회장은 “매우 건방지다”면서 화를 냈단다. 그가 지금까지 골프계에 머문 건 이처럼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친 친절과 배려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B 골프장 CEO 시절 전체 임직원과 금강산에 갔다가 아찔했던 일을 경험했다. 숙소에서 1㎞쯤 떨어진 횟집에서 식사하는데, 늦어질 것 같아 타고 갔던 버스를 먼저 보냈단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큰일이 벌어질 뻔했단다. 북한 측에선 열을 맞춰서 조용하게 걸어갈 것을 요구했지만, 술을 마신 탓에 다들 흐트러졌단다. 이를 본 북한 병사들이 문제 삼으려고 해 불상사로 이어질 뻔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버스 기사를 대기시켰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후회했단다. 그는 “지나친 배려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확실하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내게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골프는 결정했을 때 행해야 원하는 샷이 나온다. 생각이 많거나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다 보면 스윙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는 30년 넘게 골프장을 경영하며 진정한 서비스와 바람직한 골프문화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분이다. 그는 “앞으로 더 단단해져야 한다”면서 진정한 원칙과 배려를 경험을 통해 다시 가르쳐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농부가 왜 씨앗을 심을 때 꼭 3개씩 넣는지 알 것 같았다. 1알은 새가, 1알은 벌레가, 그리고 1알은 농부가 먹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를 통해서 깨달은 게 있다. 1알은 너무 원칙에 매달리다, 1알은 지나치게 배려하다가 발아가 안 될지도 몰라 3알을 심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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