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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골프 투어리즘’

순환 스윙은 자연스럽게 순환하듯 해야 한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겨울이 오는가 싶었는데 벌써 설이다. 별 추위 없이 가다 보니 설이 이렇게 빠르게 오는 줄 몰랐다. 사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비슷한 기후가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한다.

세상이 변했다. 우리 명절도 참 많이 변했다. 1990년대에는 차례를 콘도나 호텔에서 지낸다고 뉴스에서 난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해외에 가서 온라인에 차려진 사이버 차례상 앞에서 차례를 지내는 시대가 됐다.

매우 보수적이어서 민속명절만큼은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던 선배분이 이번 설에는 베트남으로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한다.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아내와 아들, 며느리가 공세를 해와 어쩔 수 없이 함께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어떻게 하냐고 재차 물으니 미리 말씀드렸고 성묘는 이미 다녀왔다며 우울해 했다.

정말 세상이 바뀌었다. 설날 콘도나 호텔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는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이다. 30∼40년 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고향으로 내려올 자식을 위해 보름 전부터 음식을 장만하고 동네 어귀에서 자식을 기다리셨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자식이 사는 서울 집으로 역귀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명절 때마다 층간 소음에 따른 사건·사고가 많아졌다. 추석과 설 연휴 해외골프투어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한 골프장은 한국 골퍼 출입을 사절하고 있다. 자국민 라운드 보호와 무엇보다 한국 골퍼의 무분별한 비매너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지에서 싸움도 잦고 필리핀에서는 화내는 것으로 착각해 총기사고까지 났다. 한국 골퍼가 다녀가는 나라와 도시는 물가가 오르고 규칙이 없어진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과도한 팁과 액션, 감정 표현 그리고 현지인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 때문에 ‘어글리 코리안’이란 말까지 듣고 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관광객들을 향해 “제발 오지 마라”고 외친다. ‘관광객 여러분, 당신의 호화스러운 여행은 내 일상의 고통’이라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서도 비슷한 오버투어리즘이 문제가 된 바 있다.

기후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맞는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오버투어리즘’이다. 해외에 나갈 때는 좀 더 조심하자. 골프로 말하면 ‘오버 골프 투어리즘’이다. 국내 골프장을 가건, 해외골프투어를 가건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은 꼭 지키자. 그동안 성장만 강조해 왔다. 이제는 공공성과 문화적 척도를 높여야 할 때다. 이번 설 명절엔 가족과 함께 필드도 걷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면서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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