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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인생은 ‘보상과 위험’ 동시에 준다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골프와 인생은 ‘보상과 위험’ 동시에 준다
골프장에서 세상을 배우다
기사 게재 일자 : 2010-06-25 15:27
며칠 전 까까머리 시절의 고교문예반 선후배들을 만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금방 30년 전의 고교시절로 되돌아간다. 시를 쓰는데, 문학을 하는데 왜 그 시절엔 선배가 후배에게 매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한 선배는 그 시절 매가 무서워서 문예반을 못나왔다며 흑백의 추억을 곱씹는다.

모두가 웃는데 얼굴엔 깊은 주름들이 패어 있다. 머리도 이미 하얗다. 이마도 흘러간 세월의 흔적만큼 훤하다. 배는 민망할 만큼 볼록해졌다. 세월이 가져다 준 보상치고는 너무도 억울한 것들이다.

한 선배가 화제골프로 돌린다. 모두가 얼굴색이 환해진다. 모두가 한마디씩 골프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그중에서도 “골프를 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좋다”는 말이 쏙 들어온다.

그랬다. 청소년 시절의 추억을 씹으며 ‘그리움’이란 걸 끄집어내고, 골프를 통해서 흘러간 중년의 삶을 보상받고 있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H보험회사의 간부인 한 선배가 또 ‘임원회의’ 땜에 급히 자리를 뜬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가 일이 있다며 일어난다.

‘한 마리의 여우토끼를 쫓았다. 그러나 토끼를 잡을 수 없었다. 여우는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뛰었지만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뛰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중년의 등 뒤엔 면면히 인생의 강이 흘러가고 있었다.

‘보상과 위험’을 동시에 준 삶 앞에서 또 살기 위해서 뛴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한마디 “우리 담엔 골프장에서 보자”. 씩 웃는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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