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강북강변로를 달립니다.
골프 치러 아침 일찌감치 강원도 문막으로 갑니다.
신나는 일입니다.
친한 지인분과 새로운 2명의 동반자와 함께 만나 필드로 향합니다.
전혀 낯설지 않게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인사를 하고
함께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은 골프의 매력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안다는 것은 설렘이자 소중한 인연입니다.
몇 홀을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처럼 들떠서인지 볼도 들떠 있습니다.
바람 한줄기 눈가로 스쳐 지날 때
그때서야 먼 산 바라보며 비로소 가을인 줄 알았습니다.
가을은 이미 코스에 붉게 들어앉아 수줍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가을임을 직감했을 때,
왜 이리 허전해오는 것인지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 풍족한 가을 벌판에서 참담하리만큼 가슴이 비어있음은 왜일까요?
잘 익은 사과와 홍시, 잘려 나가는 황금 들판에 피어오르는 연기에
또 가슴이 아려오는 이유는 또 왜인지.
허전을 채우기 위해 더 떠들고 썰렁한 유머를 풀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가을을 탄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독한 사랑을 하면 치유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제대로 한번 지독하게 사랑 한번 못 해봤습니다.
이번 골프가 참 많은 것을 알려줬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해주고, 소중한 인연을,
또 이 가을에 사랑해 보고 싶은 용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골프에 감사합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삶의 쉼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사랑할 용기가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골프장에 오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골프장 코스 해저드에 반짝이는 햇살을 보면서 참담하리만큼의 아름다움을,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나뭇잎 떨어지는 겨울 나목(裸木)이 오기 전에…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고.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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