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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동물 보호하는 ‘플라스틱 티 금지’

닮은꼴 다른 모습에 다른 생각을 하지만 왜 닮은꼴이라고 할까.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영국의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인 로열 노스 데번 골프클럽이 2020년부터 플라스틱 골프티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까마귀와 같은 새들은 밝은색에 반응한다. 가끔 잘 맞은 볼이 페어웨이에서 사라질 때가 있다. 하늘을 쳐다보면 까마귀가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볼을 물고 가는 광경이 목격된다. 일본의 골프장 중에선 모든 컬러의 공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곳도 있다. 본능이다. 밝은색으로 이성을 유혹하려는 동물들의 본능인 것이다. 골프공만이 아니라 티도 유혹의 도구로 사용된다.

좀 더 확대해서 보면 플라스틱 티 사용 금지는 사람까지 보호한다. 골퍼가 버리는 티가 가끔 예기치 못한 사고를 유발한다. 카트 도로에 버려진 티로 인해 타이어가 펑크나고, 카트가 전복되기도 한다. 줄 달린 2개짜리 플라스틱 티는 잔디를 정비하는 칼날을 망가뜨린다.

플라스틱 티는 절대 분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플라스틱 티를 동물이 먹이로 착각하고 먹으면, 죽는 날까지 뱃속에서 속을 썩인다. 국내서도 녹말가루로 제작한 골프티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잘 부러지고, 열에 약해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 탓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금은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플라스틱 티가 대세다. 하지만 이제는 이 작은 티 하나가 가져올 ‘나비효과’를 생각하면서 골프를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

10㎝도 안 되는 조그만 티를 가지고 왜 이리 유난을 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골프티는 드라이버와 공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해주는 유일한 매개체다. 티가 없으면 멀리 보내고자 하는 골퍼의 욕망, 도전욕구는 100% 만족되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갑부였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티샷을 한 뒤 허리를 숙이고 티잉 그라운드에 한참 머물며 골프티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골프장 직원이 골프티를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이 회장이 좋아했다는 일화가 있다.

 


골프티 높낮이를 조절하고, 앞뒤로 기울여 꽂음에 따라 거리와 방향, 탄도가 달라진다. 작은 골프티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다양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동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플라스틱 티 퇴출은 우리도 한번 고려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좀 더 따듯하고, 좀 더 자연적인, 그리고 좀 더 인간미 넘치는 골프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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