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봄의 고향 남촌… 파릇파릇한 그린으로 오라 |
산 너머 남촌에는 |
박재란이란 가수가 있다. 봄이 되면 그녀가 생각난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던 가수이다. 적어도 40대 이후의 세대에겐 익숙하다. 아니 그리운 목소리이다. 김동환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TV가 아닌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중략)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남촌서 남풍 불때 나는 좋대나 (중략) 금잔디 넓은 벌에 호랑나비떼/보리밭 실개천에 종달새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보리밭 사이로 바람을 타고 봄이 오는 듯하다. 가끔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박재란의 ‘산 너머 남촌에는’을 들으면 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하지만 TV에 비춰지는 봄소식은 멀리 제주에서 색상은 선명하지만 아직도 먼 봄의 노란 유채꽃을 성급하게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가끔은 디지털이 좋다. 꿈꿀 수 있기에…. 봄이다. 골퍼의 이상향 남촌을 찾아 골퍼들은 떠난다. 콘크리트 향 가득한 도회지 빌딩숲을 벗어나 봄이 오고 있는 길로 떠난다. 청보리밭을 지나, 겨우내 얼어있던 졸졸졸 풀리는 계곡물을 지나 봄을 맞으러 골프장으로 간다. 그래 가끔은 아날로그가 좋다. 느낄 수 있어서. 얼마전 남촌골프장은 사우스 밸리(South Valley)로 이름을 바꾸려 했었다. 결사코 반대했다. 우리의 고향, 이상향 남촌이 사라지는 것이다. 봄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종달새도, 뻐꾸기도, 버들강아지도…. 다행스럽게도 남촌CC는 그냥 남촌으로 남기로 했다. 그래 가끔 아날로그가 좋다. 남촌은 언제라도 우리가 갈 수 있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
기사 게재 일자 2010-03-19 1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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