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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골프 /라운딩 전날의 두근거림… 동심으로 돌아간 듯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행복한 골프
라운딩 전날의 두근거림… 동심으로 돌아간 듯
기사 게재 일자 : 2010-04-02 14:35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어린왕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라운드 전날 밤 유난히 잠 못 이루게 되는 상황을…. 마치 초등학교 소풍 전날 밤을 하얗게 셌던 그 기억처럼.

술만 좋아하는 처 이모부가 계신다. 10년 설득 끝에 골프에 입문했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골프가 눈앞에서 삼삼해 매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라운드 전날 밤은 잠이 안 온다고 말한다.

“누구다 한 번씩은 다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냐!”고 처 이모부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했다. 사춘기 어느 봄날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과수원을 지날 때 불어오던 봄바람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봄바람에 살짝 떠오르는 초등학교 동창 애들의 이름, 옥희, 춘옥이, 영란이, 정애, 몇 명까지….

골프장으로 가는 날은 마치 첫 사랑을 만나러 가는 느낌처럼 콩닥거린다. 길가에 아무렇게 피어 있는 들꽃까지도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풍년초, 패랭이꽃, 제비꽃, 오랑캐꽃, 할미꽃, 싸리꽃….’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이름들이다. 살면서, 살아가면서 행복이란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잊고 살아왔다. 골프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18홀 내내 그 어떤 욕심과 욕망들 모두 내려놓고 착한 생각만 할 수 있기에 그다음 골프가 기다려진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파란 잔디에 나가 힘차게 스윙을 할 수 있어 행복해진다. 마치 네시에 올 사람을 생각하며 세시부터 행복해지는 것처럼.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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