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겨우내 쌓였던 먼지 털면 아이언에 봄이 앉는다 |
꽃피는 봄이 오면 |
겨우내 골프클럽에 내려앉은 묵은 먼지를 봄 햇살 드는 응접실 창가에서 털어 낸다. 깊은 동면에 빠져 있던 클럽은 툭툭 털어 내는 소리에 깨어 번쩍이고 마음은 벌써 골프장에 가 있다. 예리하게 베어지는 풀향이 코끝을 찌른다. 아직 봄은 몽우리를 부풀리고 있을 뿐 꽃들은 터지지 않고 바쁜 봄새들만 나뭇가지를 오르내린다.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퍼터를 닦는다. 반짝이도록 윤기를 내고 올해는 기필코 베스트 스코어를 내겠다며 잔잔한 미소를 띠운다. 잘못된 스윙을 고쳐 보겠다던 지난 겨울 계획은 작심삼일로 돌아간 지 이미 오래고 올봄 필드에서만큼은 반드시 만족스러운 스윙을 하겠다며 마음을 고쳐 잡는다. 눈을 감고 봄을 떠올린다. 파란 잔디와 빨간 핀이 흔들리는 그린을 생각하면 두근대는 심장을, 설렘을 확인한다. 내 몸에 휘돌고 있는 혈관도 봄기운에, 골프라는 단어에 좀 더 빨리 힘차게 돈다. 새소리도 한층 맑아지고, 높아지고, 명징해졌다. 곧 봄이다. 겨우내 기다렸던 봄이 몸속 혈관을 타고 힘차게 내려오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이번 봄에는 반드시 골프를 완성시키리라! 그러나 골프는 애인과 같다. ‘다가서면 도망가고 포기하려고 하면 다가서는’ 게 골프다. 그래서일까,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이 평생 골프를 치면서 만족스러웠던 샷은 ‘딱! 한 번뿐’이었다고 말한다. 완성을 모르는 것이 골프다. 만족을 모르는 것이 골프다. 마음만큼 다가서 주지 않는 게 골프다. 골프는 가끔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 준다. 내 몸이, 내 마음이 준비됐다고 해도 겨울이, 바람이, 비가, 눈이 그 화창한 봄을 기다리라고 한다. 꽃피는 봄을….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
기사 게재 일자 2010-03-12 1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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