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새해·새 골프장은 ‘설렘’의 다른 말
설날, 낯섦의 미학 |
14일은 설날입니다. 13일은 까치들의 설날이고 14일은 우리의 설날입니다. 새해의 첫날을 우리 조상께서는 설이라고 했습니다. 음력 1월1일을 말합니다. 설에 대한 어원은 많지만 그래도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새해를 맞는 낯섦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섣달 그믐날은 설렙니다. 마치 새로운 골프장으로 라운드를 하러 나가는 전날, 밤잠을 설치듯이 말입니다. 묵은 꿈을 버리고 새로운 꿈으로 갈아 끼우는 날이 바로 섣달 그믐밤입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골프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낯섦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곧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섣달 그믐날 밤은 방과 마루, 다락, 부엌, 마구간, 측간까지 온 집안에 불을 켜놓습니다. 나쁜 일은 다 빠져나가고 좋은 일은 길을 잃지 말고 잘 찾아들어오라는 의미일 겁니다. 이날은 밤을 하얗게 새웁니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어른들의 말에 잠을 쫓아내 보려합니다. 그러다 잠이 들면 어른들께서 밀가루를 살짝 발라 놓고 놀리기도 합니다. 밤을 새우라는 것은 아마도 ‘설’을 지키라는 의미일 겁니다. 되도록이면 찾아오는 새해의 꿈이 낯설지 말라고…. 그러기에 설은 설렘이고 희망입니다. 골프는 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골퍼들은 늘 새로운 골프장을 가고 싶어합니다. 가보지 않은 골프장을 더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첫 홀에서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면 그 다음 홀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 눈부신 햇살 그리고 누가 시선을 주지 않아도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 골프장은 어쩌면 우리의 동심 속에 남아 있는 ‘유년의 고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낯설고 까치가 울어대는 설날 아침엔 분명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그림=김영화 화백, 글=시인 이조년 |
기사 게재 일자 2010-02-12 1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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