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
감동을 만드는 그린… 기적은 내 안에 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운드 |
기사 게재 일자 : 2010-06-04 13:56 |
오 헨리의 명작 단편 ‘마지막 잎새’가 있다. 잎사귀 하나가 인간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자연은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아니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얼마 전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국인 부자(父子)로부터 편지가 왔다. 50이 가까이 돼서 귀하게 얻은 아들을 둔 칠순이 넘은 아버지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골프장을 통째로 빌렸다. 불치병인 암으로 고생중인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골프 라운드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아니 아들이랑 함께 라운드를 하며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었다. 골프장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우린 두 부자를 영웅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선물하고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평상시 같으면 5시간이면 끝날 골프가 8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라운드 도중에 아픈 아들이 홀인원을 한 것이다. 아들은 곧 “아빠, 기적은 있는 것 같아”라고 했고 아버지는 “그래, 기적은 지금 일어났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무도 주지 못한 희망의 기적이 골프에서 일어난 것이다. 두 부자는 서로 끌어안고 울었고 그리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아들에겐 홀인원이 어쩌면 꼭 갖고 싶었던 기적이었는지 모른다. 라운드를 다 돈 후에 노인은 주위에 “아들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함께 기도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연은 위대하고 골프는 감동을 만들어 낸다. 아니 기적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부자의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부자의 아름다운 라운드를 오랫동안 암각화처럼 각인시키고 싶을 뿐이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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