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
골프와 장날, 정겨운 인연… 홀인원 보다 행복합니다 |
기사 게재 일자 : 2010-05-20 14:42 |
10년 전, 5월 어느 늦봄. 온갖 산들이 연둣빛으로 사태를 이루던 날 골프장을 갔습니다. 차 창문을 열어놔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5월 중순으로 기억됩니다.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 위치한 시그너스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천을 지나 여주 방향으로 가다가 점동, 삼합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야 골프장에 갈 수 있었습니다. 약속 시간이 촉박해 급히 좌회전을 하는 순간 할머니 한 분이 급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계시는 지점을 이미 지나쳤지만 뒤로 후진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삼합리까지 가신다며 태워 달라 했습니다. 읍내 장을 다녀오다 그만 버스를 놓쳐 족히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인께서는 너무 고마워했습니다. 그곳에서 20분간 손을 들었지만 아무도 태워주질 않았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예약시간이 급해 골프장으로 내달렸지만 무시하고 달려온 기억 때문에 라운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마을 어귀에 내려달라 했지만 집 앞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손에 꼬깃꼬깃 쥐고 있던 1000원 한 장을 손에 쥐여주시며 연방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동네 가게에 들러 소중한 1000원으로 담배를 사서 다시 할머니에게 전해드렸습니다. 당신 자식도 서울에서 성공해서 잘살고 있다며 묻지도 않은 말까지 하셨습니다. 이미 골프 시간은 늦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상쾌했습니다. 마을로 빠져나오는 들가에 핀 할미꽃이 봄바람에 아스라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내 생에 있어 골프 치러 가던 날 중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시인 이조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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