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
원시의 골프장서 ‘다운시프트’를 꿈꾸다 |
기사 게재 일자 : 2010-11-05 14:04 |
필리핀 클락에서 3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탈락카파스에 뉴아시아 골프장이 있습니다. 참 이상한 골프장입니다. 마을을 벗어나면 사방천지가 산으로 둘러쳐져 있을 뿐 도대체 골프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안내 표지 하나 없이, 설상가상으로 도로는 끊기고 비포장 산길을 한참 갑니다. 걱정도 은근히 생깁니다. 그렇게 5분 정도 숲길을 달리면 자연 그대로의 원시풍경을 담고 있는 골프장 코스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코스 한가운데로 피나투보 화산에서 내려오는 아그노 강이 흐르고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새하얀 갈대가 코스 전역에서 온몸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대문명의 소리는 단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골프를 하다 보면 원주민들이 목격됩니다. 카라바우라는 물소를 타고 농사를 지으러 가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함께 아그노 강을 건넙니다. 화살로 고기 잡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갈대가 무성한 코스 자연습지엔 온갖 동식물들이 스스로 그렇게 잘 살아갑니다. 골프를 하다가 갈대숲으로 가 잠시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와 갈잎이 떠다니는 하늘을 감상합니다. 그 뒤로 저녁노을을 바라봅니다. 함께 간 지인은 눈물까지 보입니다. “너무나 잊고 살았던 풍경에, 너무도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삶으로 인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가슴 한가운데로도 피나투보 화산에서 내려오는 아그노 강물이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다운시프트(downshift), 느린 삶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이곳에 와서 찾았습니다. 자동차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꿔 속도를 줄일 때 쓰는 말로 너무도 바쁘게 사는 우리 삶에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좋은 말입니다. 해지는 이곳 골프장 갈대밭과 아그노 강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한석규가 나왔던 휴대전화 CF가 생각납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놓으셔도 좋습니다.’ 그림= 김영화 화백, 글= 시인 이조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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