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
늦가을의 골프장, 왜 이리 가슴 아린지… |
기사 게재 일자 : 2010-10-29 14:01 |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108㎜의 번뇌! 무엇이 그토록 습관처럼 빠져들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골프장에 다녀오면, 늦가을이 되면 더욱더 그리움앓이를 한다는 것이다. 봄엔 이보다 더하진 않았다. 여름에도 이보다는 못했다. 마치 사랑하는 가족과, 아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의 아린 가슴이다. 곧 떠나보내야 할 이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불안한 마음과 닮아 있다. 골프를 치다가 우연히 들어온 억새가 나를 울컥이게 한다. 하얀 꿈들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파란 하늘에 생채기 난 바람만이 분명하게 지나간다. 골프를 치다가 바라본 ‘늦가을 황혼과 혼자서 뒤척이는 억새’는 보는 것만으로도 허전하다. 그저 뻥 뚫린 가슴속으로 지나가는 ‘대(大) 바람’이다. 그렇게 서서 뒤척이는 억새를 보며 지는 노을 앞에서 씩 웃는다. 그러고는 예감한다. “곧 밤이 오겠구나. 곧 겨울이 오겠구나.” 돌아오는 길에 카스테레오의 단추를 눌러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을 듣는다. 아직 숨결이 느껴지는/가을 나목 사이로 아스라이 해가 진다./ 쪽빛 하늘 끝, 불안한 회색구름/뒹구는 거리에, 습관처럼 쓸리는 낙엽/ 태우는 연기 뒤로 아직 가을 흔적이 남아 있다./ 가을은 내 숨결보다도 작게 떨고 있다./ 가슴 구석구석에 연기를 피운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바람 한줄기 눈썹 끝을 스쳐 지나만 가도…. / 누군가 새벽 거리를 지나갈 것이다./ 찍히는 자국 자국마다에/ 마지막 여름이 묻어, 오는 가을을 볼 것이다./ 누군가 이 가을에 묻는다./ 혹 사랑한 적 있나요?/ 혹 그리워한 적 있나요?/ 난 뒤돌아서서 낙엽을 태운다. <누군가 가을에 묻는다 ― 이종현 시인> 그림=김영화 화백, 글=시인 이조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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