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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도 겨우내 기다려온 봄햇살이…

벌써 봄이 한창입니다.

누군가 알려 주지 주지 않아도 자연은 기막히게 잠에서 깨어납니다. 아니 매년 그날이 되면 항상 그 자리에서 꽃망울을 머금고 꽃을 피우려 합니다. 그해가 춥고 더움에 따라 조금 빠르고 늦어질 뿐 꽃은 항상 피어납니다. 

우린 꽃망울을 보고 한결 따사로워진 햇살을 느끼면서 봄을 감지합니다. 얼음 풀린 도랑물 소리를 들으면서 겨우내 동맥경화를 앓던 우리 몸도 차츰 깨어납니다.

“여긴 벌써 봄 햇살이 한창입니다. 놀러 오세요.”

한겨울 내내 봄을 기다린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봄 햇살에 취해 문자를 보내옵니다. 우리 어릴 적 봄 전령은 따듯한 햇살보다도 들판에 몰려나온 동네 처녀의 수다로부터 시작됐는데 지금은 골프장이 먼저 봄을 알려 줍니다.

겨우내 키워 온 하얀 꿈, 맑은 물소리에 씻어 먹는 달래며, 냉이의 속살이 향기롭습니다. 구수한 된장 한 그릇이면 봄 식사는 그만입니다. 봄을 기다리지 못하는 급한 마음에 땅을 헤집으면 그 안엔 영락없이 파란 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을 미리 파헤치면 그 싹은 죽고 맙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면 건강한 파란 꿈이 돋아날 수 있는데….

그것이 인간들의 욕망인가 봅니다. 일백백(百)에서 맨 위의 일(一)을 빼면 흰백(白)이 됩니다. 우린 이를 백수라 합니다. 100세를 사신 분을 백수(白壽)라 하지 않고 99세를 사신 분을 일을 빼서 백수라고 합니다. 이 역시 자연을 보고 우리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조금 더 겸허해지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아흔아홉을 가진 사람이 백을 채우려고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이 봄에 자연에게 묻습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느냐고. 얼음 풀린 도랑물 소리가 혈관을 타고 흘러갑니다. 그 안에 붉은 피가 도랑물 소릴 내며 흘러갑니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눈부신 커피 한잔 준비하면 참 좋을 봄입니다.

그림=김영화 화백 글=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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